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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도서 리뷰

지극히 평범해서 더 찬란한, 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스토너>

by 베이지뷰 202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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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 리뷰.

평범하고 평범한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 과연 그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을까?

이번 독서토론의 책은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였다.

스토너-책
스토너

<스토너>는 1965년 미국에서 출간된 책인데 50년이 지나서야 빛을 보게 된 그야말로 진정한 역주행의 아이콘과 같은 책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의 인생 소설로도 꼽힌다는 소개글을 보고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담이지만 이 책에 대해 나는 정확하게 위 두 줄 정도의 정보만 알고 있었고 줄거리나 책 뒤편의 후기들은 읽지 않았는데 그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에 문학적으로 인정받고 유명한 책이라 그런지 갖은 미사여구들로 가득한 후기와 추천사가 책 표지부터 내지 첫 장까지 가득해서, 이런 글을 읽고 너무 많은 기대를 안고 이 책을 읽으면 자칫 실망이 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책뿐만이 아니라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모든 콘텐츠들에 적용되는 이야기인데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라 웬만하면 후기를 찾아보거나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이다. 책을 읽으며 느꼈지만 이 책은 유독 '그러길 정말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스토너> 줄거리

평이하게 흘러가는 책이기 때문에 딱히 반전이 될 만한 스포일러도 없지만 최대한 간략하게 <스토너>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이 책은 농부의 아들인 스토너라는 주인공이 농과대학으로 진학을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생을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며 지내 온 아버지가 새로운 농법을 배우면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스토너를 농과대학으로 진학시키고 처음으로 본인이 자라온 작은 마을을 벗어나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가서 스토너가 겪게 되는 감정들과 시각의 변화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필수과목인 영문학 개론에서 만난 중년 교수의 질문에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인생을 선택하게 된다.  

 

<스토너> 리뷰

이 책은 스토너의 삶을 그저 묵묵히 담아내고 있다. 워낙에 꾸며냄 없이 그저 담담하게 쓰여진 글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스토너의 삶이 워낙 평범하게 흘러가서인지 초반에는 책장이 잘 넘어가질 않았다. 그러나 계속 읽다 보니 이 책의 흐름과 정서에 적응하게 되었고, 그 흐름을 이해하고나서부터는 술술 읽어낼 수 있었다. 

 

어느새 책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랐을 때 이 책을 가장 관통하는 질문이 나온다.

 

넌 (삶에) 무엇을 기대했나?

 

한 사람의 인생을 끝까지 훑어보고나서 던지는 이 질문에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독서토론에서도 자연스레 이 주제가 가장 큰 논의의 대상이 되었는데 아무래도 우리는 아직 삶의 끝에 다다르지는 않은 나이다 보니 '넌 무엇을 기대했나?' 보다는 '넌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가?'로 이야기를 나눴다. 에세이도 아닌 장편소설인 데다가 자극적인 이야기 없이 평범한 이야기들이라 과연 독서토론에 적합한 책일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우려와 달리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고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잔뜩 던져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책 마지막 부분에 역자인 김승욱님의 글에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느꼈다. 

 

과연 이 책을 우리나라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독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에만 익숙해지고 있는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이런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부분을 읽고나니 왜 이 책을 읽는 초반에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최근의 책들은 다소 자극적이거나 빠른 호흡을 가지고 있고 기승전결이 정확한데 반해 이 책은 워낙에 다른 흐름을 가지고 있어 다소 불편하고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분명 너무나 평범한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려낸 아주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임에도 그의 삶을 어떻게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책이다. 내게 스토너의 삶은 지극히 평범해서 더 찬란한 삶으로 읽혔다. 

 

올 한해동안 다양한 책을 읽고자 했는데 그간 읽었던 책들 중에 가장 독특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독서토론이 아니라면 초반에 포기했을 수도 있는 책인데 이런 기회로 나의 취향과 상관없는 책을 읽게 되고, 끝까지 읽어내고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생겼음에 뿌듯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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