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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도서 리뷰

단 20페이지 만에 눈물을 흘리게 한 소설 <밝은 밤>, 최은영

by 베이지뷰 2022.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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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본래 어두운 것인데 '밝은' 밤 이라니.

과연 제목이 어떤 내용을 내포하고 있을까 궁금했던 최은영의 장편 소설 <밝은 밤>. 독서토론 책으로 선정되어 마감일 앞두고 급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단 20 페이지만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날 발견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또 따듯했던 소설 밝은 밤 후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밝은 밤 소개

밝은-밤
밝은 밤

소설 <밝은 밤>은 주인공 지연이 고향인 희령으로 향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희령은 그녀가 어린 시절 열흘 동안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낸 도시인데, 그녀가 이혼한 지 한 달 후 희령 천문대의 연구원 채용 공고를 보고 희령으로 떠나기로 다짐한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할머니와 연을 끊은 엄마 때문에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전부인 지연은 어느 날 아파트 입구에서 우연히 한 할머니를 마주치게 된다. 

 

"아가씨, 내 손녀랑 닮았어. 그 애를 열 살 때 마지막으로 보고 못 봤어. 서울 사는 애가 여기에 내려올 일이 없잖우."

"그런데 내려왔네요, 여기."

할머니는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야.

 

여기가 딱 20페이지의 대목인데, 왜 벌써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진작에 손녀를 알아봤지만 행여 불편하게 여길까 아는 체 하지 않았던 할머니의 마음 때문이었겠지. 그렇게 소설은 본격적으로 지연과 할머니의 대화를 따라간다. 

 

지연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배려하는 할머니 덕에 지연은 점점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간다. 할머니의 집에서 발견한 옛 사진들과 편지들을 보며 자연스레 할머니의 엄마와 할머니, 즉 증조모와 고조모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기서부터 소설은 증조모의 시점으로 증조모 '삼천'의 삶에 대해서 얘기해주기 시작한다.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삼천, 그의 삶에서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었던 새비. 그들만이 서로를 지탱해주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내내 마음이 아프고 애잔했다. 삼천에게 새비는 분명 남편보다도 사랑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한 살 한살 나이가 먹어갈수록 인간이 인간에게 베푸는 온정과 사랑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다. 비단 남녀만의 사랑이 아니라 그러한 마음도 전부 사랑이리라. 몇몇 구간에서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책을 읽기를 반복했다. 

 

할머니와 지연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들에서 요즘 말로 '꼰대'스럽지 않게 행동하는 할머니가 진짜 어른 같고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한편으로는 '왜 지연의 엄마는 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지연이 엄마에게 할머니에 대해 얘기하자 엄마가 이렇게 말한다.

이상한 일이야. 누군가에게는 아픈 상처를 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정말 맞는 말이다. 그 누구도 모든 사람에게 그저 악하거나 그저 착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증조모로 시작해 지연까지, 100년에 이르는 배경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이에 많은 역사적 배경들이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전개가 최근 핫했던 애플 TV의 <파친코>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같았다. 그저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 감히 내가 어땠으리라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시대. 최근에는 이런 콘텐츠를 소비할 때마다 나의 이 평안한 삶이 얼마나 윤택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 또한 말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지연과 엄마의 갈등 또한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엄마와 할머니의 갈등, 지연과 엄마의 갈등 속에서 딸과 엄마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 또한 일명 K장녀로서 모든 엄마와 딸 사이에는 다른 가족들 간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어떠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지점에 대한 고민을 이 책을 읽으며 더 깊게 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 지연은 한 사람의 삶에서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지금의 나이면서 어린 시절의 나이기도, 학창 시절의 나이기도 하다고.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실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고.  


이 책은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처럼 '주인공의 삶이 어떠한 결과로 끝났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그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상처와 슬픔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또 나를 위로하는 그런 책이다.

 

장편소설이기에 책이 꽤나 두꺼웠지만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며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고, 생각할 거리들도 잔뜩 던져준, 내겐 아주 재밌는 책이었다. 잔잔한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책 구매 링크▼

밝은 밤:최은영 첫 장편소설, 문학동네, 최은영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소정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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