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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도서 리뷰

장애와 과학기술에 대한 고찰, 김초엽 x 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독후감

by 베이지뷰 2022.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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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발전은 장애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가? 과연 사이보그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장애과학기술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사실과 견해들을 알려주는 책 <사이보그가 되다> 리뷰.

 

사이보그가 되다 소개

사이보그가-되다-표지
사이보그가 되다

작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지구 끝의 온실>을 읽으며 김초엽 작가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저자에 김초엽이라는 세 글자만 보고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마침 이 달의 독서토론 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된 <사이보그가 되다>. 다만 이 책은 공동저자로 김원영 작가가 있다.

 

김초엽 작가는 앞서 여러 번 그녀의 책과 함께 소개했던 바와 같이 2017년 한국 과학 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여 다양한 SF 장르의 글을 쓰고 있고,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지만) 후천적 청각장애인이다.
김원영 작가는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으며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들의 배경을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 책이 장애와 과학기술, 인권문제, 자연과 환경 등의 관계를 '당사자'로서 쓴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사이보그는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이 결합한 존재를 의미하며 크게 과학과 장애라는 주제에서 다양한 사실과 지식에 근거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사이보그가 되다 줄거리

책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내가 얼마나 장애에 대해 모르는가'였다.

 

아무래도 나를 포함하여 가까운 주변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없다보니 장애라는 주제 자체에 대해 깊이 고민은커녕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문 중에서 일반 보도블록에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보도블록을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 판매용 키오스크에 음성 안내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비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막연히 그냥 '당연히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여기서 작가는 처음부터 이런 것들이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점자 보도블록이나 음성 안내 기능이 초 미래적인, 아주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애초에 소수에게 주의를 기울였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주의를 기울이느냐의 문제. 다수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얼마나 소수를 고려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주류에 해당하는 나로서는 그 소수의 피해를 얼마나 쉽게 무시하고 관심조차 없었는지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들의 처지나 시각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례는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등장하는데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처음 휠체어를 탔을 때 자유를 느꼈음에도 그의 어머니는 '서 있는' 편이 사람의 몸에 더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지팡이 사용을 권유했다는 이야기
  • '듣지 못하는 아기가 기술의 도움을 받아 소리를 처음 듣는 감동적인 순간'이라는 이름의 영상이 얼마나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해석인지에 관한 이야기
  • 청각장애인이 AI로 구현된 목소리를 가족들에게 들려주는 AI광고에서 바라보는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기본적으로 수혜와 온정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그려짐에 대한 이야기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 사회에서 장애가 어떤식으로 소비되며 어떤 대상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원영 작가는 어린시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보다 '부족한'상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부족의 상태. 이를 부족이 아닌 원래 '없음' 자체를 상상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나 또한 모든 장애를 기본적으로 부족하거나 결핍된 상태로 보고 있었지 그게 원래의 정상 상태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기본 개념에 대해서 나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사이보그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를 말하는 데 휠체어를 탄 김원영, 보청기를 착용한 김초엽은 본인 스스로를 사이보그적인 존재로 서술하고 있다. 흔히 우리는 사이보그라는 이름에서 미래 영화나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기본적으로 인간이지만 특정 기능이 증강된 슈퍼 히어로 같은 존재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에서 말하는 사이보그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보조기기를 달고 사는 현실의 사이보그, 장애인들을 말한다. 

 

그럼 과학기술의 발전이 무조건적으로 장애인들의 삶을 질적 향상 시키는가? 

 

이 책에서는 장애를 위한 과학기술의 방향성이 '장애를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향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꼬집는다. 장애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또는 고치려는 노력보다는 장애와 함께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책 사이보그가 되다 리뷰

이 책을 읽으며 여러모로 나의 무지에 반성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불편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주제에 대한 모든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앞으로 내가 장애에 대해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막막하기도, 조심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가 많은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 얻은 현실들을 상세히 알려주고 결국 독자로 하여금 장애라는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할 기회를 주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작가 소개를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작가가 너무 궁금해져서 뒤늦게 작가 소개를 읽었고 그녀가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며 고개를 끄덕했다. SF 장르인 이 책에서는 정말 다양한 세계가 등장하는데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고 그녀의 전공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으며 김초엽 작가의 장애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고, 그녀가 이 주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고찰을 했으며, 실질적인 경험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되었다. 

아무리 부정한다해도 인간의 사고는 자신의 경험에서 대부분의 영향을 받는다. 작가의 백그라운드를 알게 되며 그 글의 탄생 배경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나는 김초엽 작가의 글을 사랑하고 앞으로 그녀가 낼 글들을 기다리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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